

어느 가로수의 일기에서
-이외수-
다시 어둠이 내립니다. 도시에서는 어둠이 내리면 안식보다 외루움이 먼저 찾아듭니다 별은 보이지 않습니다 폐병을 앓는 달 하나 기력없는 얼굴로 떠오릅니다
하나님 제가 진실로 당신이 말씀으로 지으신 한그루 나무라면 왜 제 영혼 속에는 아직 단 한 마리의 새도 날아와 집을 짓지 않는 걸까요
밤새도록 기도하고 늦잠에서 깨어나 보니 해는 이미 중천에 떠올라 있었고 내 발밑에 드리워진 그늘을 이불삼아 노인 하나 숨져 있었다 유난히 햇볕이 따스한 봄날 새가 되어 날아가는 노인의 영혼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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