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山) / 정광영
종일 말도 않고 누워만 있던 산은 우리가 잠이 들면 학처럼 날개를 펴서 먼 우주 끝머리쯤을 갔다가 오곤 했다.
아주 옛날에는 그도 하나 신(神)이었다 우뚝 봉우리를 세워 사람들을 다스리고 가부좌 틀고 앉아서 햇살도 피워 올리는
요즘 세상 꼴에 마음이 상하다가도 기슭으로 번져오는 봄기운을 어쩌지 못해
기지개 쭉 한번 펴고 도로 묵언(言)에 잠긴다.

------------------------------------------------------------

▶정광영=1945년 예천 풍양출생 1990년 '시조문학' 천료. 시집 '흰 열꽃' 등.
'아주 옛날' '먼 우주 끝머리쯤을 갔다가 오곤' 하던 신(神)과 같은 산들이 '우뚝 봉우리 를 세우고' '사람들을 다스리'던 그때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시상 전개가 활달하고 내용이 좀스럽거나 억지스럽지 않아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이 작품 을 통해 새삼 산의 큰 기운을 생각하게 됩니다.
바야흐로 산과 친해지기 좋은 계절 봄입니다. 시간 나는 대로 가까이 있는 동네 뒷산이라도 자주 올라 '세상 꼴에 마음이 상하'는 일일랑 훌훌 털어버리고 좀 더 크고 넓고 활달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손증호·시조시인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 기획 kookje.co.kr/2014-02-26



http://blog.daum.net/kdm2141/41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