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11
-박현서-
다시 깃발을 올려라 이제 자갈치는 떠나야겠다
닻을 올리면 바닷물이여 너 피에 절인 바닷물이여 용두산 시린 무릎 아래 수십 년씩 묶어둔 도시의 밧줄을 풀어라
온종일 절뚝거리며 돌아 온 진눈깨비가 펑펑
삭은 이빨로 쏟아지는 어느 해질녘에 용두산 시린 온 무릎아래 마지막 남은 숨결을 묻어 주리라.
(시집 '자갈치 시편'·문학세계사·1987) -박현서의 '자갈치·11'-



▶박현서=출생 :1931년 11월 7일(김해) 1981 현대시학에 시 <부장>, <새>가 추천되어 등단 시집 <인간(人間)><제막식(除幕式)><자갈치 시편(詩篇)>
부산의 봄은 자갈치에서 온다. 삶과 죽음이 극명하게 공존하는 자갈치에는 생존을
위한 아지매들의 활기 넘치는 목소리가 있고, 그들을 위해 붉은 눈을 부릅뜨고 누워
있는 생선들이 있다. 그곳에 가면 숱한 정박들이 보인다.
남항에 묶여 있는 어선들뿐 아니다. 이곳에 터를 잡고 삶을 이어 가는 사람들의
끈질긴 정박이 그것이다. 지친 삶을 되돌아보고 싶을 땐 자갈치에 간다. 자갈치는
용두산 시린 무릎 아래 질펀한 숨결들을 간직하고 있다.
부산에서 가장 부산다운 곳을 꼽으라면 남항을 중심으로 한 자갈치 일원일 것이다. 비릿한 갯내음과 함께 아지매들의 목청 높은 소리가 어우러져 묘한 정취를 뿜어내는 자갈치, 시인과 더불어 예술가들이 자주 찾는 이유다. 강영환 시인 / 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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