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도심 뜨락에 홀로 서 있는
한 그루 벚꽃나무
지천명 이후 하나 둘 봄을 셈한 그가
마지막 벚꽃나무에 링거 줄 걸어 둔 날짜들
어∼화 어어∼화 어화 넘차 어∼화
어디서 봄바람이 인조 까마귀 한 마리 날려,
훨훨 날아오르는 모습
검은 구름 속에 갇혔다 드러났다
가물가물 멀어져간다
그래, 링거 줄이 끊어질 듯 기다렸지,
오늘이 가장 환한 세상
그렇게 수만 꽃송이 하얗게 핀 꽃수레에
까악까악, 날아 앉은 까마귀 한 마리
요양병원 뜨락 한켠에서
기어이 최후의 봄을 만나, 의식을 떨궈버린 휠체어
어∼화 어어∼화 어화 넘차 어어∼화
꽃가지가 너울너울, 까만 비닐봉지 까마귀 한 마리
웃음꽃 환하게 핀 벚꽃나무 한 그루에 앉아
어∼화 어어∼화 어화 넘차 어∼화

--------------------------------------------------------

▶이초우=2004년 월간 '현대시'로 등단.
시집 '1818년 9월의 헤겔 선생' '웜홀 여행법'.
〈시작 노트〉 하나의 절정보다 두 개의 절정이 만났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
하지만 우리는 절정 뒤엔 '떨어짐'이 따라온다는 걸 잊고 있다. 때론 떨어짐
이란 상승의 의미를 가질 때도 있다. 이 화창한 봄날에 훨훨 그가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