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탕 속의 구름들
-김선우-
24시간 찜질방 사우나 폭포탕에서 구름여자들 폭포 줄기를 맞고 있네 어깨 등 허리에 물줄기 맞는 동안 새근새근 일렁인 건 구름들의 뱃살
여자들 뱃살 한번씩 흔들리자 잘 익은 노을 자르르 주름 일며 수평선 자욱한데
나는 여자들의 뱃살이 좋아 내 기원에 밀접한 가장 안쪽 꽃밭의 흙 농밀한 살집, 살 집으로 푸르고 추운 구름이 흘러왔네 서리 맞은 청무밭 푸릇푸릇 온몸에 멍 자국 깊은 여자의 부르튼 뱃살 저편
-김선우 '폭포탕 속의 구름들' 중에서
(시집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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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1970년 강릉에서 출생. 1996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대관령 옛길> 등 10편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도화 아래 잠들다』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이 있음, 2004년 ‘현대문학상, 2007년 제9회 '천상병시상' 과 이육사문학상
여성의 몸이 또 다른 전쟁터가 된 지는 오래다. 잘 빠진 S라인만을 선호하는 남성들 에게 보란 듯이 여성들 부르튼 뱃살을 찬양하는 김선우 시는 참으로 통쾌하다. 남성들에게도 존재의 기원이었을 자리의 흔적을, 열 달 동안의 인고의 세월을, 여성들은 왜 부끄러워하게 되었는지 참으로 모르겠다.
다이어트를 해도 구름처럼 뭉긋 솟아 출렁거리기만 하는 뱃살을 찬양해 주는 시인이 참으로 사랑스럽다. 평소에 여성의 폐경을 완경이라 한 그녀의 긍정적 감수성이 여기 서는 '라이트 훅!' 여성들 군살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리고 있다. 목욕탕 수증기 속에서 뭉글거리는 뱃살의 구름 향연들.
그것을 '꽃밭의 흙 농밀한 살집'이라 한 것은 얼마나 에로틱하고 재치 있는 묘사인가. 그동안 뱃살로 깊게 멍든 여성들 마음을 행복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문득, 올여름에는 배꼽티를 입고 거리로 나가, 생명을 키워 낸 내 뱃살을 한번 당당하게 자랑해 보고 싶다. 정진경 시인 busan.com/201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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