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여행 / 배종관
만사를 접어 두고 발길 닿는 낮은 길로 바람은 길이 많아 나도 늘 그렇다 아득한 그 꿈속으로 가만 젖어 떠난다.
일상이 나를 깨워 세상 밖에 눈을 돌려 바람이 앉은 자리 따라가며 앉으면서 설레는 가슴을 안고 새가 되어도 좋겠다.
바람이 부는 대로 구름이 가는대로 내 삶의 끈을 풀어 흐뭇한 유목으로 또 다른 눈이 뜨여서 떠나고 있다 늘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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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관=2006년 '현대시조' 등단, 시조집 '투명한 물소리에 떨리는 산울음'.
바람은 허무의 탈을 쓰고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도 역시 바람이다. '바람여행'은 시종일관 부드러운 어조로 마음 무거운 우리를 떠나고 싶게 만든다.
늘 염치없이 지친 삶을 풀 때는 나직한 바람과 마주했지만, 진도 팽목항에서 돌아와야 할 사람들을 기다리는 지금의 바람은 불같이 뜨겁기만 하다. 다 같이 '바람이 앉은 자리 따라가'자 그리하여 바람이 위용을 떨칠 수 있게.
제만자·시조시인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 기획 kookje.co.kr/201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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