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감자 등을
겨울엔 호박 속을
쓱쓱 긁다 제 살 깎아
껍데기만 남은 당신
한평생
닳은 손끝엔
반달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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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남=1950년 경북 경주 출생
2011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2010년 공무원문예대전 입상(행정안전부장관상)
2010년 부산시조 신인상 시조집 '젖꽃판'.
<시작 노트> 5월이면 간절해지는, 가슴에 사무치는 이름이 있다. "엄마"하고
부르면 언제 어디서나 "응, 그래그래"하고 대답하던 그 음성이 30여 년 전처럼
또렷이 들려올 듯한데….
들일 하던 머릿수건 툭툭 털고 부엌 바닥에 모지랑빗자루 깔고 앉아 여름엔 감자
등을, 겨울엔 호박 속을 말없이 쓱쓱 긁다 제 살 깎은 어머니, 손끝이 다 닳아
당신의 몸이 모지라진 줄도 모르던 내 어머니, 그 이름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