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더 행복한 시절에
무릎을 끓고 기도하는 사람의 옆을 지나갔네
발소리를 낮추며 조심조심 걸었던
따뜻한 햇빛 한 장 속이었네
막 피어난 꽃들이 봄볕을 쪽쪽 빨아당기고 있었네
입술이 꺼칠꺼칠 마르고 온몸 붉게 타오르는 봄날이었네
지금보다 더 행복한 시절에 무릎을 꿇고 있던 그 사람은
나에게 꽃도 나무도 몸 아픈 봄을 가르쳐준 사람이네
내 손을 잡고 착한 봄은 엄마냄새를 잘 찾는단다
볼을 부비며 소리 없이 울었던 그 사람이네
지금보다 더 행복한 시절에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의 옆을 지나갔네
온몸이 아픈 꽃으로 피어나고 있었네
따뜻한 엄마냄새가 났네
-강미정 '온몸이꽃'(시집 '상처가 스민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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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정=경남 김해에서 출생.
1994년 《시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는『상처가 스민다는 것』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