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욱을 치대어 빨다가 문득 내가 묻는다
몸속에 이처럼 챙챙한 거품의 씨앗을 가진
시푸른 아욱의 육즙 때문에
-엄마, 오르가슴 느껴본 적 있어?
-오, 가슴이 뭐냐?
아욱을 빨다가 내 가슴이 활짝 벌어진다
언제부터 아욱을 씨 뿌려 길러 먹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으응, 그거! 그, 오, 가슴!
자글자글한 늙은 여자 아욱꽃빛 스민 연분홍으로 웃으시고
나는 아욱을 빠네
시푸르게 넓적한 풀밭 같은 풀잎을
생으로나 그저 데쳐 먹는 게 아니라
이남박에 퍽퍽 치대어 빨아
국 끓여 먹을 줄 안 최초의 손을 생각하네
그 손이 짚어준 저녁의 이마에
가난과 슬픔의 신열이 있었다면
그보다 더 멀리 간 뻘밭까지를 들쳐 업고
저벅저벅 걸어가는 푸르른 관능의 힘,
사랑이 아니라면 오늘이 어떻게 목숨의 벽을 넘겠나
치대지는 아욱 풀잎 온몸으로 푸른 거품
끓이는 걸 바라보네
치댈수록 깊어지는
이글거리는 풀잎의 뼈
오르가슴의 힘으로 한 상 그득한 풀밭을 차리고
슬픔이 커서 등이 넓어진 내 연인과
어린것들 불러 모아 살진 살점 떠먹이는
아욱국 끓는 저녁이네 오, 가슴 환한.
-시집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2007.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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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시인=1970년 강원도 강릉 출생
1996년(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대관령 옛길> 등
10편의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내 혀가 입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 도화 아래 잠들다>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산문집 < 물 밑에 달이 열릴 때>가 있다.
현재 '시힘'동인으로 활동하고있다.
"치댈수록 깊어지는/이글거리는 풀잎의 뼈"나 뱉을수록 상처를 덧내는 그녀의 말의
뼈나 바다와 땅과 하늘이 온통 시퍼렇게 멍들었구나. 빤히 눈뜨고도 생때같은 자식을
바다에 묻은 부모의 가슴이야 일러 무엇 하리.
한마디로 무능한 거다.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나마 곳간이라도 넉넉하면
어떻게 해보겠지만, 텅텅 빈 곳간과 빚만 잔뜩 물려받았으니 대부분의 복지관련 공약을
철회, 또는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는 처지고, 그렇다고 증세를 할 수도 없고……,
이럴 때야말로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이 필요한데 말이다. 도리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하며, 국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된 국민들은 이제 "가만
있지 않겠다"며 거리로 뛰쳐나오고들 있으니……,
정녕 대한민국도 살고, 국민도 살고, 정부도 사는 길이 없을까? 지금이라도 이 정부
까지 함께 사는 길이 딱 하나 있긴 하다. 어디서부터 꼬였는지를 생각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