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회
/ 김요아킴
알라딘이 아파트 공터에서
열심히 램프를 문지른다
손때 묻은 카바이트 불빛 아래
봄날의 벚꽃은 달아오르고
주문만 외면 뭐든지 차려놓는
성실한 그림자가 고맙다
서역에서 건너온 힘센 거인은
동화 속으로 이미 사라졌지만
램프가 쏟아내는 부장품들은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간혹 자신의 보물을 자랑하려는 듯
우렁찬 목소리로 백성들을 부르지만
환호하는 사람들은, 선뜻
뵈지를 않는다
짜장면 그릇을 덮어 놓은 신문지만
어지러이 나뒹군다
마악 쪼그려 앉은 알라딘이 다음 생을 위해
찬찬히 벼룩시장을 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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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아킴=2003년 '시의나라',
2010년 '문학청춘'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왼손잡이 투수' '행복한 목욕탕' 등.
<시작 노트>아파트 어귀에 가끔 자신의 보물을 자랑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어두울수록 더욱 불을 밝혀가며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주문만 하면 뭐든지 가져다
주는 초로의 사내. 알라딘의 램프와도 같은 그가 오늘도 여전히 벼룩시장의 구인란을
지켜보고 있다. 지독한 모순이다.
kookje.co.kr/2014-05-18
http://blog.daum.net/kdm2141/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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