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가슴의― 詩 **[맛있는 시]한미성-간지러움** 바다와바람 2014. 6. 7. 08:32 간지러움 -한미성- 나는 만발한 불꽃 나무가 되었다 알몸을 보았네 꽃이 핀 알몸을 보았네 봄이 오나 봐 내가 언제 씨앗을 심었던가 봄이 오나 봐 옥순아 꽃이 지니 지고 있니 밤새 잠을 쫓던 꽃들이여 떨어져라 떨어져라 보리밥 먹고 산나물 먹고 옥순이가 내게 밥을 먹이네 꽃이 핀 내게 풀잎을 먹이네 아스팔트 위에서 자동차 안에서도 나는 꽃을 피우네 옥순이는 꽃을 걱정하네 쉬 꺾이지 않는 꽃을 걱정 하네 풋풋이 자라는 보리밭 같은 옥순이가 오늘은 내 곁에 있네 봄이 오나 봐 봄길을 따라 가다보면 눈이 멀어 잠이 들지 꽃을 두르고 꽃속에 묻혀 잠들고 싶어라 어떻게 이 지경이 되도록 옥순이가 말한다 이제부턴 몸을 좀 보살펴 그녀 앞에서 나의 꽃이 부끄럽다 카인의 흔적이 부끄럽다 -한미성 '간지러움' 중에서 (시집 '중세기로 간 친구'·현대시·2000) --------------------------------------------------------- ▶한미성=1949년 서울 출생 *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 * 주소 / 부산시 금정구 구서2동 선경 3차아파트 311동 604호 * 전화 / 516-9196(집) 휴. 010-4783-9422 * 1995년 현대문학 등단 * 시집 / [중세기로 간 친구](2000) [어두워질 때까지](2006) * 브니엘고등학교 재직 촉각적 의미에서 아기에게 간지럼을 태우는 놀이는 낙원상태와의 분리를 의미한다. 아기의 몸에 처음 닿는 사람의 손길은 모태 이외에 느끼는 최초의 세상. 순수성이 훼손되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이미 세속의 한가운데 깊숙이 빠져 있는 우리들은 한미성 시인의 말대로 주체할 수 없는 '간지러움', 즉 '꽃이' 피어 '만발한' '알몸'을 갖고 있다. 질투와 폭력에 눈이 멀어 동생을 죽인 인류 최초의 살인자, '카인의 흔적'이 몸에서 스멀거리는 것을 시인은 감지한다. 인간은 이브가 지은 원죄로 인해서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라는 그릇을 갖고 있다. 역사적인 시간이 흐를수록 죄의 덩어리는 커져 가고, 이를 지각하는 시적 몸은 부끄러워 간지럼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 자연의 밥상을 강요하는 '옥순이'의 행동은 선(善)으로 상징되는 아벨 의 귀환.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이다. 정진경 시인 busan.com/2014-06-06 http://blog.daum.net/kdm2141/4477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새창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