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을 읽다
/ 김해경
동네어귀, 격자무늬 유리문 안 오랜 세월 사람들의 안부를 걱정하던 약사 아저씨
어느 날 부터 인가 셔트가 내려지고 어수룩하게 붙은 반성문 하나
'저의 불찰(건강)로 인하여 뜻밖에 폐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두고두고 이 은혜 갚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약국 지나 시장 통 돌아가는 내내 붙이지도 않은 파스 냄새 절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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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경=부산 출생 2004년 계간 '시의 나라' 등단, 시집 '메리네 연탄가게' '아버지의 호두' 등.
〈시작 노트〉 비겁한 세상, 모두 내 탓은 아니라고 손사래 치고 도리질하는 이 땅에서, 정작 자신에겐 죽음 같은 절망의 늪 앞에서 이렇게 환한 반성문을 쓸 수 있다니.
kookje.co.kr/2014-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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