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가슴의― 詩 **[맛있는 시]최승호-남자의 젖꼭지** 바다와바람 2014. 6. 23. 12:17 남자의 젖꼭지 -최승호- 성인(聖人)들을 생각하면 샘 같은 젖통이 떠오른다. 어린 세상에게 젖을 물리려고 그들이 왔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누구 젖이냐에 따라 편이 나누어져서 서로 헐뜯으리라고 예견했을까. 마왕(魔王)의 자식들, 우호적이며 적대적인. 오늘 내 유두 곁에 철사처럼 털이 하나 솟은 걸 발견했다. 영영 부풀지 않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젖꼭지가 어떻게 두 개씩이나 못대가리처럼 내 가슴팍에 붙어 있는 것일까. -최승호 '남자의 젖꼭지' (시집 '그로테스크'·민음사·1999) ---------------------------------------------------------- ▶최승호=1954년 강원도 춘천에서 출생. 197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대설주의보』『고슴도치의 마을』,『모래인간』 『진흙소를 타고』, 『세속도시의 즐거움』, 『회저의 밤』, 『반딧불 보호구역』, 『눈사람』, 『여백』, 『그로테스크』, 생물학적인 몸의 기능에서 남성이 가진 젖꼭지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생명에 영양분을 공급하며 당당한 자긍심으로 자리하고 있는 여성의 유두(乳頭) 와는 달리 적어도 이 부분에서만은 여성이 남성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하다. 여성의 몸 기능은 그동안 남성적 질서 속에서 유일하게 남성을 이길 수 있는 무기였던 것은 사실이다. 젖으로 연결되어 있는 어머니라는 이름이 생물학적 존재성의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여성이 가진 유두의 가치를 최승호 시인은 은근슬쩍 남성적 성향으로 유지해 온 사회학적 가치로 대치한다. 사회를 선도해 온 '성인(聖人)들'의 존재성을 '샘 같은 젖통'으로 비유하면서 남성의 젖줄은 몸이 아니라 집단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행위 속에서 생성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보여 준다. 온몸으로 생존의 젖줄을 만들어 나가는 남자의 젖꼭지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가치를 측정하는 '상징적 젖줄'이다.여성과 남성이 가진 젖꼭지의 가치를 교묘하게 대등한 저울 위에 올려놓은, 아주 흥미로운 시다. 정진경 시인 busan.com/2014-0620 http://blog.daum.net/kdm2141/4530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