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睡蓮
/ 손영자
엉덩이 하나쯤이다
그만큼의 자리다
어젯밤의 만월과
아침에 떴던 해의,
엉덩이 잠시 내려놓고
쉬었다 간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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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자=1987년 '시조문학' 천료,
시조집 '빛살로 닦는 아침' 등.
수련이 떠 있는 연못 위로 보름달이 떴다. 수련의 동그란 잎에 엉덩이를 걸치고
있는 둥근 달. 딱 맞는 사이즈다. 그 곁에는 달과 별이 눈길만 주면 꽃잎을
오므리는 부끄럼쟁이 수련 꽃이 잠든 척 눈을 감고 있다. 동녘 하늘이 붉다.
연못의 밤은 아침 햇살에 자리를 내어주고 정오쯤 하늘 높이 솟은 해는 또 잠시
쉴 곳을 찾는다. 수련의 동그란 잎에 이번엔 해가 잠시 엉덩이를 걸친다. 수련
잎이 반짝거린다.
그 곁에는 아침부터 해를 사모하여 환하게 웃는 수련 꽃의 얼굴이 눈부시다. 나는
누구의 편안한 의자인가? 우리는 누구에게 쉼을 주는 사람인가? 수련이 떠 있는
못 가가 그리운 오후다.

집필진=이옥진·시조시인
(2004년 '부산시조' 신인상,
시조집 '먼나무 숲으로')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 기획
kookje.co.kr/2014-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