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아리면 당신 생각은
염주보다 무겁습니다
일주문 열고 앉은
부처님 졸음처럼
내 안에 더운 말씀이
연밥으로 익었습니다
-임종찬 '연꽃'-
(시집 '청산곡'·한성출판사·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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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찬=(1945)산청에서 출생
1965년 <부산일보>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조 가작
1973년 <現代詩學>시조 추천 1986년 性坡時調文學賞 수상
1992년 오늘의 시조 문학상 수상 1998년 부산시 문화상 수상
현 부산대 인문대 교수
은둔 수행자 눈빛 같은 저 맑고 청아한 연꽃은 이 세상에 대한 연민을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어서 아예 꽃이 되어 버린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승의 설법을 알아
들은 가섭이 대답 대신 연꽃을 들어 보였다니 어쩌면 사람의 말까지 꽃이
대변했나 봅니다.
아침 연밭에 서면 엉망진창으로 흔들린 마음도 세상 질서도 갑자기 가지런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깊고도 가벼운 고요의 질량에 숨이 딱 멎을 것 같은 저 연꽃은
그저 예쁘다 하기엔 불경스럽고, 아름답다는 말로 예찬만 하기엔 뒤끝이 왠지
모르게 섭섭해지네요.
긴 울대를 들먹이며 허공 속 거기 누구 없나 하늘만 쳐다보는 꽃의 눈빛은 아마도
우리 마음까지 안다는 눈친데요, 저 진흙탕 속에서 어찌 저리도 맑고 거룩한 미소
를 건져 올리는지 경이롭기만 하네요.
암튼, 천체우주의 기운을 중재하는 게 흙이라니까 마른 땅 밟고 서서 하늘 한번
쳐다봅니다. 붓다가 그랬잖아요. 우리가 밟고 선 땅이 금강이라고.
박정애 시인
busan.com/201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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