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가 폐암으로 죽고 나서
사람들이 말했다
겉모양이 예쁜 암세포가
덜 예쁜 정상 세포더러
자꾸만 날 닮으라고
유혹한다잖아요
가짜가 진짜를 꼬시는 거지 뭐예요
재미있게 따라 웃다가
나는 슬며시
내 몸속의 세포들에게
손을 대고 말했다
얘들아
이왕이면
사이좋게 지내라
알았지?
아님 나한테 혼날 줄 알아
-시집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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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약력 : 1945년 강원 양구 출생.
1964년 수녀원에 입회. 필리핀 성 루이스대 영문학과,
서강대 대학원 종교학과 졸업. 시집 ‘민들레의 영토’
‘내 혼에 불을 놓아’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작은 기쁨’ ‘이해인 시 전집 1, 2’ 등.
munhwa.com/2014-12-03


암 박별을 상징하는 네드란드와 콤롬비아의 우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