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차례 상에 한 그릇 담겼습니다
고명이 명치에 얹힌 듯 첫 술부터 뜨겁습니다
못다 그린 풍경으로 둘러앉은 밥상머리
엇비슷한 얼굴들의 희망 같은 숟가락질에
다초점 렌즈의 나이 미끄럽게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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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은=(1958~ ) 서울에서 출생.
동국대학에서 수학. 1979년 제 1회 만해백일장 시조대상,
同年 KBS.문공부주최 전국민족시대회 장원으로 등단.
시집으로 『내가그린 풍경』,『시간의 물 그늘』,『길은 사막속이다』,
『시간의 안부를 묻다』,『환한 적막』 『넬라 판타지아』,『꽃밥』과
시선집에『술패랭이꽃』 한국시조작품상, 대구시조문학상,
이영도문학상, 중앙일보시조대상 수상. 영진전문대 강사 역임.
온 가족이 두레상에 둘러앉아 떡국을 나누어 먹는 새해 아침이면 좋겠다. 묵은해가 가고
새해를 맞이하는 날은 엄숙하고 청결해야 한다는 뜻에서 깨끗한 흰 떡으로 끓인 떡국을
먹게 되었다고 한다. 지나온 세월의 많은 사연이 그릇에 담기고 그 마디마디가 고명으로
앉아 첫술부터 뜨겁지만 희망이라는, 가족이라는 새해가 있어 또 미끈하게 넘어가는 떡국
한 그릇! 참 맛나는 새 아침이다.
정희경·시조시인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 기획
kookje.co.kr/2014-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