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동 -정용국-
늦동지 시린 밤을 고스란히 받아 이고 삭히고 벼리느라 속도 들지 못했구나 둥개던 소소리바람 흙덩이를 그러안고
할머니 단속곳에 꼬깃꼬깃 접힌 채로 뒷심만 눌어붙은 천 원짜리 지전같이 건너갈 대한 머리에 하소연만 길던 하루
질기고 시퍼렇게 두벌잠을 털어 내고 개똥쑥 잠꼬대가 쌉싸름한 아침 밥상 무겁던 겨울 허리가 신통하게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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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국=1958년 경기 양주 생 《시조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내 마음 속 게릴라》 《명왕성은 있다》 기행문집으로 《평양에서 길을 찾다》 등이 있음. 이호우문학상 신인상 수상.
길고 힘든 시간을 견뎌내는 것들은 그 내면에 힘을 가지고 있다. 희망을 안고 모진 추위
를 견딘다. 그들처럼 우리도 고달픈 현실을 견뎌내 볼 일이다. 달래, 냉이, 봄동의 밥상
이 우리를 응원할 것이며 무겁던 겨울 허리를 풀어 줄 것이다. 봄이라는 희망은 멀지도,
더디지도 않게 우리에게 오고 있으니….
정희경·시조시인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 기획 kookje.co.kr/201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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