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김혜순◇
누가 쪼개놓았나 저 지평선 하늘과 땅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로 핏물이 번져 나오는 저녁
누가 쪼개놓았나 윗눈꺼풀과 아랫눈꺼풀 사이 바깥의 광활과 안의 광활로 내 몸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에서 눈물이 솟구치는 저녁
상처만이 상처와 서로 스밀 수 있는가 두 눈을 뜨자 닥쳐오는 저 노을 상처와 상처가 맞닿아 하염없이 붉은 물이 흐르고 당신이란 이름의 비상구도 깜깜하게 닫히네
누가 쪼개놓았나 흰낮과 검은밤 낮이면 그녀는 매가 되고 밤이 오면 그가 늑대가 되는 그 사이로 칼날처럼 스쳐 지나는 우리 만남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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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1955~ )-경북 울진 출생 -79년 '문학과지성'으로 등단 -시집 '한 잔의 붉은 거울' '불쌍한 사랑기계' -97년 김수영문학상, 2000년 소월시문학상 -미당문학상 후보작 '지평선' 외 14편
하늘과 땅을 가른 채 지평선이 펼쳐져 있다. 윗눈꺼풀과 아랫눈꺼풀 사이, 바깥의 광활과 안의 광활로 갈라진 사이, 저 쪼개진 틈으로 일몰이면 핏물이 번져온다. 저 지평선을 누가 쪼개 놓았나. 누가 하루를 흰 낮과 검은 밤으로 나누어 놓았나. 당신은 낮의 매가 되고 나는 밤의 늑대가 되어 엇갈린 채 저 지평선 근처를 스쳐 지나가기도 하리라.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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