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족 욕
◈성수자◈
등을 구부려 발을 만진다
뜨거운 물에 담근 지 이십분
모세혈관이 일어나는 시간
내 손 미처 닿지 않는 곳
손가락 발가락 빌어 간절한
언어가 수송되기를
열 개 발가락의 지문과
손가락의 지문이 튕기는 울림
온 몸 구석구석 돋아나는 음표가 되기를
얼마나 이기적인가
실컷 부려 먹고 내가 나에게 미안해
지는 날 족욕을 한다
온 몸 지탱하는 발에게 은밀히
해주는 위로의 시간
함부로 가 닿은 발자국을 헤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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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자=1993년 '한국시' 등단.
시집 '안개밭에서' '잎맥처럼 선명한'
〈시작노트〉
하루 치 매듭을 지을 때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나름 손쉬운 방법이 족욕이다. 몸
전체 오장육부와 반사신경이 닿아있다는 발 관리. 뜨거운 심장이 항상 유지되기를. 발바닥
이 드리는 하루 치 기도.
kookje.co.kr/2016-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