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詩/◈詩있는아침
**[시있는 아침]박지웅-어깨너머라는 말은**
바다와바람
2016. 11. 18. 11:07

어깨너머라는 말은
◈박지웅◈ 어깨너머라는 말은 얼마나 부드러운가 아무 힘 들이지 않고 문질러보는 어깨너머라는 말 누구도 쫓아내지 않고 쫓겨나지 않는 아주 넓은 말 매달리지도 붙들지도 않고 그저 끔벅끔벅 앉아 있다 훌훌 날아가도 누구 하나 알지 못하는 깃털 같은 말 먼먼 구름의 어깨너머 있는 달마냥 은근한 말 어깨너머라는 말은 얼마나 은은한가 봄이 흰 눈썹으로 벚나무 어깨에 앉아 있는 말 유모차를 보드랍게 밀며 한 걸음 한 걸음 저승에 내려놓는 노인 걸음만치 느린 말
(…) 이곳이 저곳에 내려앉는 가벼운 새의 말 또박또박 내리는 여름 빗방울에게 어깨를 내주듯 얼마나 글썽이는 말인가 어깨너머라는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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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1969~ ) 부산에서 출생. 추계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4년 계간 《시와 사상》 신인상을 통해 등단.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즐거운 제사〉 당선. 시집으로 『너의 반은 꽃이다』가 있음. “어깨너머”는 경계(境界)의 자리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넘어가는 자리, 한 사물이 다른 사물
을 만나는 접속의 자리. 그러나 “어깨너머”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탈주(脫走)와 전이(轉移)는 부드럽고, 따뜻하며, 은은하고, 느리다. 떠난 세계와 떠날 세계가 길항(拮抗)하지 않는 곳, 한 어깨가 다른 어깨를 내어주는 곳.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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