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은 찬란한 꿈과 청춘의 시기를 지나 낡고 닳은 처지가 되었는데,
그때까지도 잃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운명적으로
제 짝을 만나게 되었다.
이 시를 읽으면서, 특히나 ‘짝’이라는 구절을 읽으면서 어떤 구체적인 얼굴을
떠올린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에게는 연인이 있었거나 있다는 말이다.
얼굴이 떠올랐다면 그 얼굴을 소중히 하시면 된다.
그런데 ‘짝’이 꼭 연인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짝은 친구도 되고,
자식도 되고, 일도 되고, 취미도 된다. 마음에 깊이 들어오는 충만한 그것이면
모두 ‘짝’이 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식당이 텅텅 비어 손님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곳에서 짝 잃은 수많은 젓가락은 운명처럼 짝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젓가락과 우리가 행복한 날이 언제 오려는지 우리도 기다리고 있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시가 깃든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