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나무뿐이랴, 산수유나무에서, 생강나무에서, 귀룽나무에서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나무들뿐이랴, 겨우내 언 땅에
납작 엎드려 있던 냉이와 개망초와 달맞이꽃 로제트에서도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땅속 눈석임물, 얼음석임물이 뿌리에서
가지로 물관을 타고 수직으로 오른다.
누가 저 나무와 풀들에게 보일러를 시공해주었을까.
두고 온 자식들이 눈에 밟혀 외할아버지 곁으로 떠난 어머니가
보일러 기사들을 보내주었을까.
나뭇가지마다 꽃눈이 벙글고 잎눈이 터질 것이다.
해마다 ‘춘래불사춘’을 외칠 사연은 있지만, 그래도 봄은 온다.
시인 반칠환
[시로 여는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