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겁내지 말라.
그대가 어디서 무엇을 하더라도 그대의 뻐저린 외로움은
물리칠 방도가 없으리니...
외로움은 평생의 동반자.
비록 그대가 마침내 성인의 반열에 오른다 하더라도
그놈은 한평생 그대 곁을 떠나는 법이 없으리라.
하찮은 것들이라도
사랑의 매개체로 존재하지 않는
미물은 없나니....
사랑은 예고편도 없이 막을 올리기도 한다.
갑자기 그대 늑골 속이 환하게 밝아진다면
그것을 사랑의 시작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처음에 사랑은 유치하게도
복사꽃처럼 눈부시거나 라일락처럼
향기로운 감성으로 그대의 영혼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오해의 쐐기풀이 그대 가슴에 무성하게 자라 오르고
번민의 가시덤불이 그대 영혼에 무시로 상처를 낸다.
그대는 비로소 알게된다.
사랑은 달콤한 솜사탕도 아니고
포근한 솜이불도 아니란 사실을....
사랑은 그대가 단지
한 사람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는 죄목하나로
아침이면 그대를 문책하고 저녁이면 그대를 고문한다.
그러나 회피하지 말라.
세상에는 슬픔 없이 벙그는 꽃이 없고
아픔 없이 영그는 열매가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꽃들은
사랑의 아픔과 연계해서 태어난다.
실연 때문에 페인이 되는 남자도 있고
실연 때문에 시인이 되는 남자도 있다.
그대가 실연 끝에 시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떠나간 사랑에게는 그대가 쓴 시를 보내지 말라.
대부분의 사랑은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종말을 고하게 된다.
자고이래로 시는 현실적인 문제들과는 대체로 거리가 먼
암호들로 구성되어 있다.
여자들은 환상을 좋아하면서도
현실과 거리가 먼 생각만 하는 남자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돈이 현실을 지배한다.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은
돈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과 동일하다.
그리고 돈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은
행복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과 동일하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그렇다.
그러니까 이미 떠나버린 여자에게
그대가 쓴 시를 보내더라도 낙관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아무리 군사력과 경제력이 막강한 국가라 하더라도
예술의 가치를 모르면 후진국이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은 아직 후진국이다.
그러나 울지마라.
꽃피는 시절이 있다면 꽃 지는 시절도 있는 법이니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 어디 있으랴!
그대 사랑은 재가 되었다.
언젠가 봄이 오리라!
마침내 파종한 시어들이 연두빛
목숨으로 싹트는 날이 도래하리라...
-이 외 수(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