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가슴의― 詩(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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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시]김수영-눈**
눈 ◈김수영◈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
2016.11.30 -
**[국제시단]서명옥-진해루**
진해루 ◈서명옥◈ 참 우직하게 서 있다 이동과 속천항을 이어주는 해안로 그 중심에 네가 턱 버티고 서 있다 든든하다 네 머리위로 조각구름이 떠간다 엷은 바닷바람 시원한 하늬바람 잔잔 해원에서 밀려온다 젖은 옥빛 해원 그윽한 네 모습 함께 벚꽃 피는 봄날엔 소담한 쉼터가 된다 -..
2016.11.28 -
**[가슴의 시]도종환-들국화 2**
Canadian Bird Song(새들의 노래) / Richard Abel 들국화 2 ◈도종환◈ 너 없이 어찌 이 쓸쓸한 시절을 견딜 수 있으랴 너 없이 어찌 이 먼 산길이 가을일 수 있으랴 이렇게 늦게 내게 와 이렇게 오래 꽃으로 있는 너 너 없이 어찌 이 메마르고 거친 땅에 향기 있으랴 --------------------------------------------..
2016.11.21 -
**[국제시단]이경희-풍지초**
풍지초 ◈이경희◈ 이 땅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엎드린 풀들은 안다. 갑작스레, 뜻밖에, 느닷없이 불쑥 휘몰아치는 광풍은 없다. 대지의 숨구멍마다 벌레가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그 밑바닥, 썩은 구더기 배후에 구더기 구정물 뒤에 오물이 차곡차곡 영글어 부패한 벌레를 퍼뜨리는 광풍..
2016.11.21 -
**[국제시단]조찬섭-숲**
숲 ◈조찬섭◈ 산 중턱 감고 돌아 실핏줄로 누비고 간 숲속길 그 싱그런 바닷속을 걸어가면 촘촘한 솔잎 사이로 그물 햇살 내린다 걷다가 돌아보면 내가 온 길 떠오른다 헛발길 얼룩지고 급커브로 휘청했던 잠잠히 눈감아 보면 어둠 속에 흐르는 강 언젠가 맞닥뜨릴 내 길 끝의 정지 신호..
2016.11.14 -
**[가슴의 시]정동철-웃는 돌**
웃는 돌 ◈정동철◈ 돌이 골똘한 생각에 잠겼다 힘껏 부딪치면 열릴지도 모르겠다 퇴적층이 없으니 세월을 안다고 할 수도 없다 오래 전에 귓속으로 들어간 나비가 반쯤 웃고 있다 부드러운 살갗이 있던 자리 귀를 대고 들어보니 바람도 애벌레처럼 웃고 있다 반쯤 눈을 감고 세상을 보..
2016.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