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19. 14:09ㆍ″``°☆아름다운詩/◈영상시모음
사라진 손바닥
○나희덕○
처음엔 흰 연꽃 열어 보이더니
다음엔 빈 손바닥만 푸르게 흔들더니
그 다음엔 더운 연밥 한 그릇 들고 서 있더니
이제는 마른 손목마저 꺾인 채
거꾸로 처박히고 말았네
수많은 창(槍)을 가슴에 꽂고 연못은
거대한 폐선처럼 가라앉고 있네
바닥에 처박혀 그는 무엇을 하나
말 건네려 해도
손 잡으려 해도 보이지 않네
발밑에 떨어진 밥알들 주워서
진흙 속에 심고 있는지 고개 들지 않네
백 년쯤 지나 다시 오면
그가 지은 연밥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빈 손이라도 잡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흰 꽃도 볼 수 있으려나
회산에 회산에 다시 온다면
<2004년>
http://blog.daum.net/kdm2141/3127
'″``°☆아름다운詩 > ◈영상시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문수-가을 단상** (0) | 2012.09.14 |
---|---|
**배찬희-여름나무** (0) | 2012.07.29 |
**이정현-산사의 아침** (0) | 2012.04.22 |
**靑思 김성학-그대와 마주 앉으면** (0) | 2012.04.18 |
**윤보영-행복한 사람** (0) | 2011.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