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에 빠져 있는 나에게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붉은 빰을 지닌 바람이
내게 와서 말합니다.
'무어든 너무 잘하겠다고 욕심부리지 마세요.
사람들의 눈을 잘 들여다보면
그가 원하는 것을 알 수 있고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답니다!'
그래서 이 가을엔
'사랑한다'는 말을
함부로 쓰지 않고 아껴두기로 합니다.
나를 의심하고 오해하고
힘들게 하는 한 사람에게
성을 내고 변명하기 보다
침묵 속에서 그를 위해 기도하며
끝까지 우정과 신뢰의 눈길을 보낼 수 있을 때,
진정 용서하기 힘들었던
한 사람을 내가 환히 웃게 해 주고
그에게 화해의 악수를 청할 수 있을 때
나는 비로서 사랑이란 단어를 자신있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내가 사랑하는 당신에게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은 어떤 빛깔일까요?
담백한 물빛? 은은한 달빛?
아니면 향기롭게 익어가는 탱자빛?
터질듯한 석류빛?
무슨 빛깔이라도 좋으니
아름답게 가꾸시고 행복하시고
제게도 좀 보내주실래요?
우리 모두 바람 속에
좀 더 넓어지고 좀 더 깊어져서
이 가을 끝날때 쯤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