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 지는 소리를 듣다
-김일태-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때 돋아서
잎은
가장 가벼워졌을 때 스스로 진다
지켜서 오고 맞추어 그냥 감을
소리 내어 알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칠십 평생 흙 말고는 쥐어본 적이 없는
병 없이 살다 가신
상득이 어른
바람 착한 날
다투지 않는 모습으로 모든 것 되돌려주고
낮음을 취하는
저 든든한
땅울림.
-시집 '바코드속 종이달'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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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태=1957년 경남 창녕 출생.
시집 '그리운 수개리' '호박을 키우며'
'어머니의 땅' '바코드속 종이달' 등.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경남도문화상 수상.
천명(天命)을 아는 것은 솔성(率性)을 하는 것이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불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오른다. 이 본성(本性)을 따르는 것이 도(道)이다.
여기 잎 하나 지는 것에서 도(道)를 얻었다. "지켜서 오고 맞추어 그냥 감을/ 소리 내어
알리고 싶지 않기 때문" 에 잎은 스스로 진다. 참 가을이 깊다.
성선경·시인 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