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멀거니 유예되는 그런 때
꿈같은 연정으로나마 끼워두고 볼 일이야
짱짱한 별난 맹세 걸린 건 아니지만
어느 적 설레던 꿈이 퍼득이며 뒤챌 때
다소곳 살붙이로 거둬 닦아도 볼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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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복희=1947 전라북도 남원 출생
[시조문학]을 통해 등단 시조집 [불빛],
[어린 달과 어울리러][우리 가락 좋은 동시]
[산길·메아리·탑·수평선·파도] [5 대 3] 등
가람시조문학상을 받았습니다.
딱히 결혼철이 없어지는 추세지만 봄이면 청첩이 더 날아든다. 취업난에 결혼이
멀어질수록 짝이나마 제때 찾아주면 부모로서 고맙다고들 한다. 더러 혼수 문제가
터지는데 한때는 반지가 말썽이었다. '다이아'인지, 그렇다면 몇 캐럿인지, 초미의
관심사였던 것이다. 지금은 실금 같은 커플반지로 결혼반지를 대신하는 젊은이도
많으니 다 지나간 풍속이다.
약속의 상징이자 마음의 정표인 반지. 꼭 혼인 서약이 아니라도 반지는 상대에게
전하는 그 순간이 최고 순도로 빛난다. 그렇다면 '살아서 멀거니 유예되는' 때에
'꿈같은 연정으로나마 끼워두고' 보는 반지의 순도는 다를 것. '짱짱한 별난 맹세'
아니라도 '다소곳 살붙이로 거둬 닦아'보자는 독백에서도 '어느 적 설레던 꿈'이나
불러 견디는 '유예'의 뒤안길을 본다. '멀거니'의 뒤끝이 천지사방 꽃대궐 속에서 더
쓸쓸해지는 봄날의 그므는 여심(女心)만 같다.
정수자 |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