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양수 안에 담겨 있는지
아이는 몸이 출렁거린다
십 수 년째 커지는 아이를 아직도
자궁 밖으로 밀어내지 못했는지
여자의 그림자가 계속 터질 듯하다
그러나 때로 어두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아니 때로 아름다운 것은 어두운 것이다
그림자는 몸을 밀려 계속 어둡다 깊다
무슨 상징처럼 부풀어오른 검은 비닐봉지가
그림자가 안으로 들어간다
그림자와 함께 간다
-이원 '사막에서는 그림자도 장엄하다
'(시집 '세상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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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1968년 경기도 화성에서 출생.
1992년 《세계의 문학》가을호에
〈시간과 비닐 봉지〉 外 3편을 발표하면서 등단.
시집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
현대시학 작품상(2002)과 현대시 작품상(2005) 수상.
요즘 엄마와 아이의 관계를 달리는 몸으로 표현한 시다. 이원은 엄마로 보이는
중년 여자와 학생의 몸을 일직선으로 놓아 그들이 일심동체라는 것을 보여 준다.
이들의 달리기가 긴박하고, 위태로워 보이는 것은 속도감 때문이다.
이 속도감은 아이를 쉽게 놓지 못하는 어머니의 분리불안과 소유욕, 집착, 성공의
감정들로 팽팽한, 과도한 사랑이다. 물론 그 원인은 빠른 것을 원하는 사회 탓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것으로 인해서 어머니의 사랑이 왜곡되고, 아들은 저 홀로
독립하지를 못한다.
이원은 이러한 이들의 관계를 아름다우면서 어두운 그늘이라 한다. 터질 듯한 그
그늘 속에서 어머니와 아이는 어둠이 깊어지는 것도 모르고 한 몸으로 달려간다.
극성스러운 어머니 치맛바람이 장엄하면서도 안타깝게 다가오는 시이다.
정진경 시인
busan.com/2014-04-04


정진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