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La Strada, 1954)
‘지나온 길은 다시 갈 수 없다’ 가끔은 어디론가 떠나 내 직업을 잠시 잊고 살고 싶다.
이럴 때 여행은 자기 충전과 재발견을 위한 것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곳 저곳을 떠도는 방랑이 그 자체로 생존 수단이기도 하다.
그렇게 해서 삶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하면 좋겠지만 그건 때로 너무 늦게 찾아온다.
페데리코 펠리니의 고전 명작 ‘길’의 주인공 잠파노가 그랬다. 모든 게 너무 늦었다.
삶의 의미도, 행복도... ‘길’은 슬픈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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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떠돌이 광대 잠파노와 그의 조수인 백치 젤소미나의
비극적인 관계는 자기 땅에 발붙일 곳을 찾지 못한, 동시에 자기
마음을 둘 사람을 찾지 못한 어리석음에 대한 만가(輓歌)이다. 운명을 비추는 수많은 길
◎운명을 비추는 수많은 길◎
이 영화는 로마 북쪽의 비테르보(Viterbo)와 이 곳에서 서쪽으로 120킬로미터
가량 떨어진아브루지 주의 주도(州都) 라퀼라(L’Aquila) 등지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50년대 이탈리아의 쓸쓸한 풍경들 속에서, 지금은 고인이 된 앤소니 퀸이
연기하는 잠파노의 그늘진 얼굴 표정과펠리니의 부인이었던 줄리에타 마시나가
보여준백치 젤소미나의 천진한 미소는 영화 역사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을 이미지다.
펠리니는 어울리지 않는 이들의 고단한 여정을 통해 사랑을 통한 구원이 사실은 사랑의 불가능성에 대한 절망에 기초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건 슬픈 사실이 지만 때로는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이다.
영화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이름 모를 길들은 바로 그런 인간의 운명을 비추고 있는 듯 하다. 한번 지나치면 다시 돌아오기 힘든 길, 만남과 헤어짐과 스쳐 지나감을 기억하지 않는 길, 그저 무심하게 있는 그 길은 우리가 마음으로 채워 넣어야 할 운명의 속내를 가리킨다. 거기에 사랑을 채워넣지 않을 때 어떤 길도 의미가 없다.
영화의 말미에 죽은 젤소미나를 추억하며 늙고 병약해진 잠파노가 해변가에서 흑흑거리며 통곡할 때 그가 깨달은 것도 바로 이 점이었다. 한 번 지나온 길은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오로지 그 땅을 밟고 지나갈 때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인생이다. 페데리코 펠리니의 ‘길’은, 수많은 길 위에서 일어난 방랑의
흔적은, 분명 그렇게 말하고 있다.
201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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