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시]김왕노-첫과 끝**

2014. 6. 14. 13:29″``°☆시들의모음/◈행복한― 詩

 
  

                        

 

 

                    첫과 끝                   -김왕노-

 

                     나에게도 내 몸의 첫인 손가락과 끝인 발가락이 있다.
                     나는 그러니 첫과 끝의 합작품이다.


                     나의 첫인 손을 내밀었다가 그 끝인 발로 이별하기도 했다.
                     이 수족으로 나는 한 여자에게 첫 남자와 끝 남자이기를 꿈꿨다.
                     나의 첫과 끝으로 사랑을 찾아가 내 사랑의 첫과 끝을 어루만졌다.


                     너도 너의 첫과 끝으로 나의 첫과 끝이 되곤 했다.
                     그첫과끝이있기에우리는부둥켜안고전율하고눈물이났다.
                     너는 너의 첫을 내게 주므로 나의 끝이기를 바랐다.


                     너의 첫 키스, 첫날밤, 첫 요리, 첫 꽃을 주어 나의 끝이기를 바랐다.
                     다가갈수록 자초지종인 듯 내게 주는 너의 첫
                     그 첫이 너의 끝으로 나의 첫으로 이어가는 징검다리인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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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왕노=1957년 포항에서 출생 199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꿈의 체인점>으로 등단.
                          시집으로『슬픔도 진화한다』 『말달리자 아버지』있음. 
                          2003년 한국해양문학대상 수상.

 

      이 시를 읽으면서 뜬금없이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후배한테 들은 논술시험

      채점 항목이 생각났다. 이해력, 분석력, 논리력, 창의력, 표현력. ‘나에게도 내 몸의

      첫인 손가락과 끝인 발가락이 있다’라, 몸의 첫이 발가락이고 끝이 손가락일 수도

      있지 않나? 첫 행에서 논리적 결함을 발견한 듯 갸웃거려지던 고개가 ‘나의 첫인

      손을 내밀었다가 그 끝인 발로 이별하기도 했다’에서 이내 끄덕여진 때문인지 모른다.


      시를 이런 식으로 분석해서 읽으면 안 되는데, 나쁜 버릇이다. 핑계를 대자면, 감정
      이입은커녕 독해가 안 되는 뉴에이지 시집이 드물지 않아 생긴 버릇이다. 시를 이해
      하는 코드가 내게 없는 게 아닌가, 겸허하게 한 수 배워보려고 시집 해설을 읽다가
     ‘시도 이상한데 해설은 더 이상하네!’ 삐친 적도 여러 차례다. 그러다 보니 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게만 쓰여도 반가울 지경이다. 표현이 혼돈이든 수렁이든 그
      세계의 창의를 즐길 독자도 있을 테다만.


      세상만사에는 처음이 있다. 우정도 사랑도 처음엔 얼마나 온전한가. 그렇지만 처음이
      있으면 끝도 있다. 그 때문에 어떤 관계도 아예 시작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화자는 그 첫과 끝이 있기에 우리는 부둥켜안고 전율하고 눈물이 난단다. 이것이
      마지막인 듯 사랑하라! 화자의 상대는 ‘다가갈수록 자초지종인 듯 너의 첫’을 준단다.
     ‘너의 첫 키스, 첫날밤, 첫 요리, 첫 꽃’, 그 ‘첫’의 신선함을 끝까지 잃지 않으려면
      얼마만큼 긴장해야 하는 걸까. 씹을수록 감칠맛 나는 시다.

 

                                                 황인숙 시인<270>
                                           dongA.com/2014-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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