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탕 끓이는 법
-김점미-
조개탕 끓이려 조개를 샀다 단단히 입을 다문 빤짝거리는 겉모습이 제법 맛깔스럽다 양재기에 소금물을 붓고 한동안 해감한다 신성한 소금물 속으로 오래 품었던 삶의 찌꺼기 풀어놓으라니 입을 쩍쩍 벌리며 온갖 불순물 흘려보낸다
그러나 조심하라 몇 녀석은 여전히 굳게 다문 입 결코 열지 않는다 자신의 본색을 숨긴 녀석은 냄비에 담겨지는 순간 몸부림치며 주변의 모든 것을 오염시켜버린다
사람도 마찬가지 모든 것을 망치기 전에 음침하고 우울한 눈빛을 살펴야 한다 화려한 껍질 안에 깊이 감춘 독은 결국은 당신에게 치명적 화살로 돌아오니까
예외 없는 진실 앞에 망설이지 말라 어떤 예의도 동정심도 갖지 말라 그들의 속성은 두터운 껍질 속에 숨어 타인의 피로 자신을 살찌우며 세상을 오염시키는 처절한 쾌락 추구에서 태어났으므로
양재기에 남아 있는 조개 몇 사람 망설임 없이 쓰레기통 속으로 던져 넣는다 조개탕이 맛있게 끓고 있다
▶김점미=2002년 '문학과의식'으로 등단. 부산남고 교사, 시집 '한 시간 후, 세상은' 등
[출처] 조개탕 끓이는 법 - 김점미 ■ 웹진 시인광장 2014년 1월호 신작시 (통호 제59호) ■ 작성자 : 바람과구름
http://blog.daum.net/kdm2141/4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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