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남에서 걷다
◎전연희◎
빛살에 부서지는 물결을 보았는가 바람 속 뒤척이는 갈대를 보았는가 주남에 놓고 갈 것은 저 깃털 가벼운 몸짓
진창을 딛고 가던 묶인 끈을 벗는 시간 풍경은 가슴께로 맑은 물을 퍼 나르고 못 보낸 사연 몇 줄을 두루마리 펴는 물새
나란한 연잎들이 펼쳐놓은 보료 가득 어제 남은 발자국들 물방울로 실어온다 물집도 연밥으로 익는 눈물 자국 말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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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연희=全蓮喜 경남 진영에서 출생 1986년 전국시조백일장 장원과 1988년『시조문학』천료로 등단 시조집 『귀엣말 그대 둘레에』『숲 가까이 산다네』『얼음꽃』등 성파시조문학상, 한국시낭송상을 수상 현재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 오늘의 시조시인회의 부의장, 사단법인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마음이 무거운 날은 주남저수지에 가서 뒤척이는 갈대라도 보면 좋겠다. 진창을 디뎌 무겁게 따라붙던 것까지 받아주는 주남. 걷다 보면 반짝이는 물빛으로 가슴까지 출렁이고
못 보낸 사연까지 써 주는 물새들의 날갯짓이 고맙다.
나란한 연잎 보료에 마음을 앉히면 연밥으로 익어가는 어제도, 아직 눈물 자국 어린 오늘
도 보인다. 깃털 같은 존재의 가벼운 몸짓은 원래부터 새의 것. 주남이 주는 새 물방울의
무게를 고이 받아 안고 돌아오면 참 좋겠다.
이옥진·시조시인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 기획 kookje.co.kr/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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