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추녀 끝자락이 집인
쇠물고기는
한 점 바람이 제 몸에 와 닿아야
소리를 빚어 산을 울린다
풀벌레는
풀잎 한 닢에서
한 점 고운 바람으로 온 몸을 풀어야
캄캄한 밤
별을 띄운다
허공에 매달린 채 천 년 하늘로 가고 있는
쇠물고기의 절대고독이
갓난 풀벌레의 까만 눈에 가 닿아야
오늘 아침
붉은 해가 뜬다
-김예강 '일출'-
(시집 '고양이의 잠'·작가세계·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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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강=부산교육대학교 및 同 대학원 졸업.
2005년 《시와 사상》 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 [고양이의 잠]
현재 시울림과 시인협회 회원.
웹진『시인광장』 편집장을 역임.
http://seeingwangjang.com/60113158553
'산사'의 '쇠물고기'는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風磬)이므로 분명 생명감 없는 무생물
이지만, 그 은은한 울림소리가 고요한 산속의 적막을 깨뜨리고, 바람에 묻혀 오는
그 울림은 '풀벌레'의 울음이 되고, 반짝이는 '별'로 형상화 되지만 결국 풍경소리가
'풀벌레의 까만 눈에 가 닿아야' '붉은 해'가 떠오르는 새로운 아침인 것은, 이렇듯
모든 만물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생성(생명)관계의 연결고리로 긴밀하게 이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국기를 보면 태극(太極)을 중심으로 상하좌우에 네 개의 괘, 즉 건(乾)곤(坤)감
(坎)리(離)가 자리한다. 동양사상에서 '태극'은 음양(陰陽)의 필연적 조화의 모습이며
음양이 다한 자리에서 양과 음이 다시 시원(始原)하는 끊임없는 순환을 의미한다.
태극은 새로운 생성(생명)의 기운이 가장 충만해 있는 완벽한 이상적 상태이다. 음양
의 합일에서 생성(생명)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건곤'이 하늘의 뜻이 땅에서
이루어짐을 표상한다면, '감리'는 물과 불의 '수화운동'을 의미하며 이러한 '감리'의
수화작용으로 생명(생성)의 형성과 지속이 유지된다.
오정환 시인
busan.com/2014-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