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섬마섬마
일어서다가 넘어진다
넘어졌다가
일어선다
다시 넘어진다
오늘은 이토록 찬란한 날
아기가
섬마섬마
오늘 아침 11시 지나 아기가 선다
------------------------------------------------------------
▶고은=高銀(1933~ 본명 고은태高銀泰) 전북 군산 출생
대한민국의 대표적 참여시인이자 소설가
1952년 입산하여 일초(一超)라는 법명을 받고 불교승려가 되었다.
이후 10년간 참선과 방랑을 거듭하며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1958년 조지훈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폐결핵》을 발표하며 등단
60년대 초에 본산(本山) 주지, 불교신문사 주필 등을 지냈고,
1960년 첫 시집 〈피안감성〉(彼岸感性)을 내고 1962년 환속하여
본격적인 시작활동에 몰두하게 되었다.
아이 앞에서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도리도리' 해본다. 아이에게 '죔죔' 해본다.
아이는 고개를 까닥까닥하고,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재롱을 부리고 또 금세
재롱이 는다. 아이에게 '섬마섬마' 해본다. 아이가 서는 것을 돕느라 잡았던 손을
살짝 떼며 '섬마섬마' 해본다.
아이는 일어서다 곧 넘어지지만 점차 두 다리에 힘이 붙는다. '섬마섬마'는 아이를
어루만지고 아이의 밝고 신성한 의지를 일으켜 세우는 소리. 아이는 순수한 움직임
그 자체이다. 아이가 홀로 서는 것만으로도 이 세계는 찬란하다. 아이가 홀로 서는 11
시에는 햇빛도 따라 선다.
아이는 손뼉을 치고 춤을 추고 순간 울음을 터트린다. 워즈워스는 아이들이야말로
"능동적인 우주의 동숙자"라고 했다. 아이 앞에서 왼손바닥에 오른손 손가락을 댔다
뗐다 하면서 '곤지곤지' 해본다. 아이는 우주가 자꾸 간질간질한지 까르르 웃는다.
문태준·시인 |
Chosun.com/2014.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