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픈 자리에
한 채
집을 지었다
사랑한다!
귓속말 불어넣은
누옥(陋屋)
참새가
들락거렸다
다섯 개 알
낳았다

일러스트/송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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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상=(1963~ )경북 김천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
현재 고대 인문정보대학원 문학예술학과 재학 중
열린시조학회,현대불교문인협회회원.등등 동인
새로운 한 해의 시작. 해가 바뀌면 뭔가 새로워질까. 하루와 달과 해라는 시간의 단위
는 달력을 바꿀 때 가장 실감 난다. 그렇게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면 마음가짐
을 달리하지만 얼마 지내다 보면 다시 엇비슷한 타성 속에 있다.
그래도 마음먹기에 따라 날마다 새로운 하루를 열어갈 수 있으니 시간을 나누어 탄생
시킨 약속들이 새삼 지엄하다. 마지막 해넘이와 새로운 해돋이를 보려는 행렬은 그래
서 해마다 반복되는 제의(祭儀)다. 금방 씻고 나온 해라고 어제와 다른 해는 아니다.
그럼에도 일상에는 통과 의례 같은 처음과 끝이 있어야 뭔가를 새로 열어나갈 힘이 솟
나 보다.
그것은 어쩌면 '누옥(陋屋)'에다 '사랑한다!'고 '귓속말'을 불어넣는 일. 진심을 불어넣으
면 '가장 아픈 자리'라도 환한 응답이 오려니. 들락거리던 참새가 어느새 '다섯 개'나 눈
부신 알을 낳듯! 그렇게 삶은 지속되고 새로운 생명도 이어가는 것이겠다. 유독 힘들고
아픈 해를 지나왔으니 새해에는 부디 싱싱한 웃음들이 문전마다 부화하길 빈다.
정수자 시조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조]
Chosun.com/2015.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