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있는 곳으로 산 것들은 모여든다
개울물 맑게 반짝인 깨끗한 가난이 보인다
강 마을 불빛들이 미루나무 사이로
꺾인 것들 기대 선 갈대밭을 건너는
깨끗한 식사가 있다 가난이 별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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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중=(1951~)안동 일직에서 출생.
1974년 이영도 추천으로 《현대시학》(3회천료)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낮은직선』, 『네 이름으로 흘러가는 강』, 『혼자 가는
긴 강만으로는』, 『비어 하늘 가득하다』 가 있음. 〈現代律〉
〈동인과 회귀선문학동인회〉으로 활동. 현재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협회, 회원이며 한국시조시인협회 감사
봄바람이 어느 결에 문전마다 설렌다. 벌레들을 깨운다는 경칩(驚蟄)도 지나니 어디선가
개구리가 폴짝 튀어나올 것만 같다. 꽃샘추위가 몇 번 치고 가더라도 개구리는 어김없이
와서 우리네 맑은 개울부터 깨울 것이다. 농사를 시작할 때라고 울기도 할 것이다.
산 것들은 그렇게 '물 있는 곳으로' 모여들어 알콩달콩 제 삶을 연다. '개울물 맑게 반짝인'
시절의 봄과 크게 다르지 않게 고물고물 꽃숨들이 피리라. 욕심 없이 '깨끗한 가난'으로 살
고 가는 작은 생명들의 '깨끗한' 한살이. 발전이라는 파괴와 오염을 넘어 맑은 개울을 살
려낸 곳들은 도심에서도 더 새뜻해진 삶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돌아보면 작은 생명들의 '깨끗한 식사'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과욕의 난장 속에 청빈(淸貧)
이 절실한 시절, '맑게 반짝인' 개울만 그려도 좀 맑아지는 기분이다. 개구리 맞이라도 나
서야 할까 보다.
정수자 시조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조]
Chosun.com/2015.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