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잡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낡은 담장에 붙은 풀들이 무성한 것을 보았다
마루 끝을 서성이던 여인이 방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마루에 남겨진 그림자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대구잡이를 나갔다가 영영 돌아오고 싶지 않아졌다
마루에 남겨진 여인의 그림자도 방으로 들어갔으면 했다
우물이 하늘을 들여다보고 있다
나뭇잎에 붙어 있던 바람이 방향을 틀자 나도 비틀거린다
이렇게 서성이는 것들,
슬픈 빛들을 잡아먹는 저것들이 꽉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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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송=(1962~ )충남 태안 안면도 출생
199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초분(草墳)
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
시집으로는 ‘옛날 녹천으로 갔다”(1999)와
“섬들이 놀다’(2003)등 두권이 있다. 오는
7월에 세번째 시집’물속에 부는 바람”(가제)을
출간할 계획으로 있다.
철없던 시절 나도 먼 나라를 동경해 밀항을 꿈꾸고, 작은 냄비에 저녁밥 짓는 여자의
남자가 되고자 안달한 적도 있다. 시인은 대구잡이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빠진 적이
있다. 대구잡이를 나간 바다에서 영영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니!
무슨 곡절이 있는 걸까? 마루 끝을 서성이던 여인, 마루에 남겨진 여인의 그림자와 관
련이 있는 것일까? 그 여인은 누구일까? 슬픔을 가진 자들은 늘 이렇게 서성이고, 서
성이는 자들은 슬픈 빛들을 잡아먹고 슬픈 기색이 역력하다.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