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도 느슨해지고
◆강경주◆
할 만큼 했다는 듯 강물이 느슨해졌다
한소끔 끓어오르던 매미 소리도 잦아들고
구름은 씻겨진 몸을
하늘 높이 널었다
아침저녁으론 벌써 맑고 차운 기운이 돌아
풀벌레 소리 풀잎 끝에 이슬처럼 맺히고
약수암 목탁소리가 또록또록해졌다
먼 들판 끝으로 저무는 강물이 반짝인다
모두들 꼭 저만큼씩 흔들리는 저녁에는
내 안의 등불을 끈다
휘영청 달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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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1953~ )경남 김해 출생
1976년 부산대 의대 졸업.
1989년 《현대시학》 추천으로 등단. 시집으로
《나는 꽃핀다》 《노 섹스 데이》가 있음.
부산작가상 수상. 침례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보건소 진료의사 등 역임.
여름 신역이 고됐던가. '할 만큼 했다는 듯' 강물도 느슨해지고 있다. 하긴 폭우며 덩달아
휩쓸려오는 뿌리 뽑힌 것들 받아 나르느라 강들은 또 얼마나 용을 썼을 것인가. 조금씩
느른해진 물살처럼 수고로운 들판의 도처에도 가을의 청량한 기운이 돈다. 구름이 '씻겨
진 몸을 / 하늘 높이' 연일 널어주니 오가는 눈빛마저 시원하다.
매미 소리 잦아들고 풀벌레 소리 높아지면서부터 공기도 한층 투명해졌다. '이슬처럼 맺
히'는 벌레 울음 딛고 오는 근처 절집의 목탁 소리가 한결 '또록또록' 느껴지듯―. 바야흐로
가을, '내 안의 등불' 끄고 나가 괜스레 궁싯거릴 사람들 좀 불러볼거나. 마침 달도 밝은
휘영청 보름! 달 아래 한잔이야 가을 바람맞이 운치로도 제일의 낙이 아니던가.
정수자 시조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조]
Chosun.com/201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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