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lein Duinn - Meav
징검다리
◆김미정◆
흔들고 간 자리마다
드문드문 젖는 때
남기고 간 자취가
저리 떠는 거라고
지나는 강바람 돌아와
슬쩍 일러 주었네
틀어진 마음자리
흐르며 지워지고
거두고 남은 자리
행여 가누지 못한대도
묻어둔 가슴 밑으로
다시 놓일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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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정=(1961~ ) 경북 영천 출생
2003년 대구시조 주최 전국시조공모전 장원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한국문인협회원 대구문인협회원
한결 동인 시집 <고요한 둘레>
징검다리 같은 11월을 건너자마자 마무리할 일이 몰아친다. 북새통에 지칠 때면 쉼표의시
간이 간절해진다. 바쁨이니 속도니 애초부터 멀어 모양도 역할도 똑 쉼표를 닮은 징검다리.
기다림의 자세 같기도 하다. 누군가 딛고 건너길 바라면서도 그 체온을 간직하고있는….
'남기고 간 자취가/ 저리 떠는 거라고' 돌아보니 '드문드문' 남아서 다시 함씬 젖는 자취들.
작은 개울 징검다리는 마음에 돌돌 감기는 동요처럼 맑은 물소리를 갖고 있다. '묻어둔 가
슴 밑으로/ 다시 놓일 발자국'인 양 아슴아슴 에돈다. 어린 가슴을 콩닥거리게 한 징검다리
에 눈이라도 쌓이면 미끄러질라 더 후들거렸던 시간마저 그립다.
지금도 어디선가는 징검다리가 한적해진 겨울을 홀로 넘고 있겠다. 겨우내 눈이나 맞으며
얼음장 아래 개울물을 보내고 또 보내겠다. 허리께에 붙어 피곤하던 눈부신 얼음꽃들은 한
번씩 껴안아보겠네.
정수자 시조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조]
Chosun.com/2015.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