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
◈김효연◈
만두 먹는 중에 걸려온 전화
원고료 넣을 계좌를 물어
고소한 만두소를 꿀꺽 삼키고
수화기를 입에 바싹 대고는
전혀 마음에 없는 소리를 지껄인다
'그냥 책으로 대신하겠다는…'
그 속까지 훤히 아는 시인은
그럼에도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적지만 꼭 보내겠다는 고료
봉이만두* 2인분 시켜 나눠먹으면
딱 좋을 금액
임에도 불구하고 단무지에 머리가 닿도록
절하는 것인데
시인보호구역**에는 그래도 시인을
보호하겠다는 후원형 펀딩이 있어
만두도 먹고 책 한 권이 태어나게 되는 것
봉이 김선달께서
그깟 바닷물 좀 팔기로서니
*만두가게 이름 **시집전문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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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연=경남 진주 출생
2006년 <시와반시> 등단
시집 <구름의 진보적 성향>
<시작노트>
누군가의 보호를 받고, 누군가를 보호한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소중한 사람
들. 갈비뼈가 보이는 지갑이지만, 만두도 사주고 책도 한 권 사서 보자. 우린 넉넉하니까.
가을이니까.
kookje.co.kr/2016-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