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4. 06:38ㆍ◈읽고싶은詩
서울대병원서 바라본 일몰 ◎배교윤◎
동지 전 짧아진 길 마로니에 공원을 서성거리다 서울대병원 오랜 수령의 은행나무 위로 붉어지는 일몰의 하늘을 바라본다
저물 때만 잠시 아름다운 착시에 몸을 기대는 시간
꽃이 피었다 진 수척한 꽃대도 지는 해를 바라보던 나도 한순간 바람에 귀를 비우고 우두커니 서 있다
- 배교윤 作 `일몰에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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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그보다 큰 허무와 절망으로 채워진다. 왜냐고 묻는 사람은 인생을 제대로 경험한 사람이 아니다. 생이 가치가 있는 건, 그런 허무와 절망 속에서 쓰러지지 않고 `숨`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숨을 붙잡고 전쟁을 치른 모든 이들에게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 그들은 모두 기적을 이룬 사람들이다.
우리는 모두 힘들다. 하루하루 저물어가는 석양을 보며 멍하니 서
있는 일도 흔하다. 그게 사는 거다. `서울대 병원`과 `일몰`의 묘한
조화가 슬프도록 아름답다.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mk.co.kr [시가 있는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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