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침 / 이외수
자명종이 수험생들의 고막 속에다
비명 같은 경보신호를 발사하고
직장인들이 아내의 발길질에 걷어채이며
소스라치게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면
하루의 전쟁이 시작된다.
인간들은 대개 현실에 소속되어 있고
시간의 위수령을 이탈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행복이라는 이름의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날마다 단독으로 적진에 뛰어든다.
인간들은 스스로를 병사이면서 병기라고 생각한다.
병사가 꼬질대에 기름칠을 해서 총구를 쑤시듯이
치솔에 치약을 발라 이빨을 닦고 총열에
탄알을 장진하듯이 식도에 밥덩어리를 밀어 넣는다.
행복이라는 이름의 고지는 금력과 권력을
무기로 앞세운 자들에게는 가깝게 느껴지고
청렴과 결백을 무기로 앞세운 자들에게는
멀게 느껴지는 장소에 위치해 있다.
대개의 인간들이 아침마다
결의에 찬 표정으로 집을 나선다.
집을 나서면 대문 바깥이 모두 적진이다.
이 세상 생명체가 모두 적군이다.
그러나 행복이라는 이름의 고지가 바로
자기 마음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자들은 단지
아침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신에게 경배한다.
아침은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지만
누구에게나 찬란하지는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