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18. 08:37ㆍ″``°☆시들의모음/◈아침의― 詩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 / 장석주
내 몸에 꼭 맞는 바지를 입고 싶었다 이 꿈은 늘 배반당했다 난 아버지가 입던 큰 바지를 줄여 입거나 모처럼 시장에서 새로 사온 바지를 입을 때조차 내 몸에 맞는 바지를 입을 수가 없었다
한참 클 때는 몸집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니 작은 옷은 곧 못 입게 되지, 하며 어머니는 늘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를 사오셨다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는 나를 짓누른다
바지가 내 몸을 입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곤 했다 충분히 자라지 못한 빈약한 몸은 큰 바지를 버거워 했다 (중략)
-시집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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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1954년 충남 논산 출생. 시집 '햇빛사냥' 등. 아이의 바지를 살 때마다 고민한다. 딱 맞는 걸 살까? 조금 큰 것을 살까? 아들이 축구를 좋아해 종종 무릎에 구멍을 내어와 수선집에 가서 천을 덧대어준다. 귀엽게 생겼는데 의외로 거칠게 논다. 집에 돌아오면 신발에 모래가 한가득이다. 레고를 방바닥에 잔뜩 늘어놓고 청소도 못 하게 한다. 피아노 숙제도 해야 하고, 영어 단어도 외워야 하고, 허리가 헐렁헐렁한 바지도 입어야 하는 아이들. 김혜영·시인 국제신문2012-12-17 21:03:47
http://blog.daum.net/kdm2141/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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