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상어 / 정익진
가로등 희미한 부둣가 근처, 취객이 오줌을 누다 냉동창고의 벽면 속으로…스며든다 아직도 오줌을 누는 하반신은 바깥에 남겨둔 채로…
벽의 갈라진 틈 사이마다 이빨이 돋는다 어쩌다 오늘의 운세가 좋지 않은 이들, 벽 가까이 지나치다 불투명해진다…
담배를 피우던 팔 한쪽, 페달을 젖던 다리 하나 혹은 몇몇 살덩이만을 남겨둔 채로…
벽속으로 사라진 사람들은 곧 잊혀 질 것이다 달빛을 머금고 잔잔하기만 한 벽면은 호수와 같다
다시 피비린내가 흐른다 한차례 벽들이 요동을 친다 가까운 해변이 먼 바다와 연결되었듯이 벽과 벽은 통해있다
의심받지 않는 벽, 누구도 벽이 다가서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다 인기척이 나 뒤돌아보아도 벽은 여전히 실눈을 뜨고 벽처럼 서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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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진=1997년 '시와사상' 등단. 시집 '구멍의 크기', '윗몸일으키기'.
〈시작 노트〉 웬 상어? 달빛에 젖어 아름답게 서 있는 벽 속에 상어가 산다는 생각을 했다. 벽은 단절이고, 단절은 고통이고, 고통은 폭력을 가져올 수 있다. 위험은 부지불식간에 다가오는 것, 누군가가 항상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 조심하라. kookje.co.kr/201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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