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27. 07:39ㆍ″``°☆아름다운詩/◈한편의詩調
퇴근 무렵의 시詩
/ 이영필
바쁘게 오간 사람 뿔뿔이 흩어지고
낡은 구두 뚜벅대던 공원 길 나무 틈새
고혈압 알약을 닮은 주황색 달이 떴다
셔터가 내려진 우체국 앞 도로 지나면
꽉 막힌 자동차 행렬 퇴근길 성난 불빛
대상도 대화도 없이 으르렁대는 차들 본다
강 건너엔 재개발로 그래프 같은 신축 건물
산 막고 하늘 막고 별빛 총총 닫아걸고
익사한 빛무리들만 불나방이 물고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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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필=1994년 '현대시조' 신인상, 1995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 2007년 '성파시조문학상'수상.
무언가 이룬 뒤에 남는 허탈감, 그처럼 일과를 마친 현대인에게 괜한 허전함이
스밀 때가 있다. 그 여흔을 치유 받으러 포장마차에 들러 막소주 잔을 기울기도
한다. 시인의 독특한 관찰력으로 고혈압 알약이 주황색인 걸 알게 되고, 차들이
따닥따닥 꽁무니 에 달린 길 막힘이 무서운 짐승 소리로 둔갑한다.
날로 높아만 가는 건물 때문에 종내에는 빛 하나 새지 않는 암흑천지가 될까
시인은 걱정하고 있다. 그래도 힘들었던 오늘! 마음속의 둥근 달만은 지우지
말고 집으로 가져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만자·시조시인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 기획 kookje.co.kr/2014-03-26
http://blog.daum.net/kdm2141/4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