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에서 나부끼는 플래카드는
새 물결의 깃발로 일어나 출렁거리지만
연방 몰려오는 소문들이 수상쩍구나
정말이지, 묻혀진 그 진실은 어디로 갔나
한 길 찾아 헤매는 내 시린 발자국이
흐려진 안경알에 갇혀 아득한데
언제쯤 춤추는 봄 같은 봄을 누리게 될까
하염없이 흘러가는 세월은 말이 없지만
이 봄날의 답답함도 안개꽃처럼 흐릿하구나
감추어 진 게 감춘다는 것만으로 끝난다면
우린 또 얼마나 가슴을 치며
칠혹 같은 이 밤길을 걸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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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명선=1983년 무크지 '문학의시대' 제1권으로 등단.
시집 '마침표를 찍으며' 등. 현 국제펜클럽 부산지역 회장.
〈시작 노트〉 봄은 왔다 해도 진정한 우리의 봄은 아직 멀었나 보다. 끊임없이
터지는 갖가지 의혹이 온 세상을 흔들어 놓아도 이 기막힌 봄은 세월 속에 말없이
흘러감을 볼 때 야속할 뿐이다. 이젠 또다시 살맛 나는 그리고 화사했던 그 추억의
봄을 찾아서 우린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kookje.co.kr/2014-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