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냄새 때문에 사탕을 빨고 있으면
더 이상 단맛이 나지 않는다
혀가 사탕을 받아들인 것이다
몸은 언제나 이랬다
쉽게 타인과 주위를 받아들이고는
그들이 주는 욕망에 녹아서
오감과 육감의 기능이 마비되다가
똥, 사탕이라는 말을 통해서만
비소로 몸과 그들이 분리되기 시작한다
말에 의해서 몸이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기억이 끊길 정도로 술에 취해 잠들고
다음날 아침 움직이기 시작하는 손발을 느낄 때
'나는 부활한다'라고 말해 보라
말에 의해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말의 존재에 의해 몸은 움직이고
말의 의미에 의해 몸은 깨닫는다
-이규열의 '코기토, 몸, 말' 중에서
(시집 '울지 않는 소년'·북인·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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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열= 1957년 출생.
- 1993년 현대시학 등단
- 시집 [왼쪽 늪에 빠지다] <행간> 동인
- 시 전문 계간지 <신생> 편집인
- 현재 동아의과대학 정형외과 부교수
인간의 몸을 말의 감옥에 가둔 주범은 데카르트이다. 그로 인해서 인간의 몸은 지위
를 상실하고 설 자리를 잃었다. 이규열 시인의 시는 인간 삶의 주체가 몸인가 정신
인가 하는 의문을 우리에게 던져 준다. 생물학적 몸이 갖는 본능을 짐승의 존재성
으로만 치부해야 할까? 기독교적인 가치관이 절대적이었던 데카르트 시대 몸은 원죄
의 원흉 인 욕망의 사다리였다.
하지만 21세기 사회에서 몸은 다양한 사회학적 의미의 코기토가 되고 있다. 인간의
정신이 몸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 두 주체가 이미 샴쌍둥이라는
것은 현상학자들에 의해서 입증된 일이다. 생각하는 존재는 몸의 감각적 작용에서
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때문에 이규열 시인이 '말의 의미에 의해 몸'이 깨닫는다고
한 말은 근대적 이성의 논리로 몸을 통제한다는 뜻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주체로서의
몸을 부정하는, 생물학적 존재성을 하락시키는 상상력이다
정진경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