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한 줄
-신현정-
저수지 보러 간다
오리들이 줄을 지어 간다
저 줄에 말단(末端)이라도 좋은 것이다
꽁무니에 바짝 붙어 가고 싶은 것이다
한 줄이 된다
누군가 망가뜨릴 수 없는 한 줄이 된다
싱그러운 한 줄이 된다
그저 뒤따라가면 된다
뛰뚱뛰뚱하면서
엉덩이를 흔들면서
급기야는 꽥꽥대고 싶은 것이다
오리 한 줄 일제히 꽥꽥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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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1948~2009)서울에서 출생. 1974년 《월간문학》에 시 〈그믐밤의 수〉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대립』, 『염소와 풀밭』, 『자전거 도둑』, 『바보사막』이 있음. 서라벌고등학교 국어교사, 카피라이터를 거쳐 광고 및 편집회사 운영. 2003년 서라벌 문학상, 2004년 한국시문학상 수상. 2009년 간암으로 타계.
‘ㄲ’으로 시작하는 6가지를 갖추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세간의 말이 생각나네요. 꿈(비전), 깡(용기), 꾼(전문성), 꼴(외모), 끼(재능) 그리고 끈(연줄)이 그것이라지요. 다 좋은데 마지막 끈은 씁쓸하지요. 줄서기를 잘해야 한다는 말이니까요.
소신도 양심도 자존심도 다 버리라는 말이니까요. ‘저수지 보러’ 가는 저 오리들의 행렬을 좀 보세요. ‘뛰뚱뛰뚱하면서/ 엉덩이를 흔들면서/ 급기야는 꽥꽥대/’는 오리들의 줄서기를요. ‘싱그러운’ ‘저 줄에 말단이라도’ 좋으니 따라가고 싶지요. 어떤 뒷거래도 어떤 암투도 없는 눈부신 오리 한 줄! <강현덕·시조시인> joins.com/2014.05.29
http://blog.daum.net/kdm2141/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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